“외국에서 혼자 일하면, 주말엔 대체 뭐 하세요?”
친구도, 가족도 없는 타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막막한 순간이 바로 ‘퇴근 후’와 ‘주말’입니다. 회사 동료들과 친해져 지인을 소개받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죠.
많은 이들이 외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는 치트키로 ‘한인교회’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국을 떠나온 만큼, 나이와 학벌, 회사와 연봉으로 서로를 서열화하고 평가하는 한국식 관계의 틀에서 벗어나 온전히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거든요. 한국 문화는 잠시 잊고, 외국 문화에 온몸으로 부딪쳐 빠르게 적응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시기였습니다.
소모임 앱 ‘Meetup’, 기대와 현실의 간극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이 바로 Meetup이었습니다. 한국의 ‘소모임’ 앱처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죠.
- 다양한 카테고리: 등산, 배드민턴, 탁구, 트레킹 같은 스포츠부터 와인 동호회, 그리고 순수한 사교 모임(Socializing)까지 종류는 꽤 다양합니다.
- 외국인과의 접점: 현지인이나 다른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습니다. 나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얼굴들이 모이다 보니, 누군가와 깊은 유대감을 쌓기가 참 어렵더군요. 처음 만나서 전화번호 물어보기도 좀 어려우니, 대화의 물꼬를 터도 다음 모임에 그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연결 고리가 툭 끊겨버리는 허무함이 반복되었습니다.
관계의 양보다 소중한 ‘경험의 질’
결과적으로 저는 Meetup을 통해 단짝 친구를 사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큰 공부였습니다.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낯선 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그들의 문화를 엿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채워나가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저는 비록 만남의 연결이 자꾸 끊겨 아쉬움도 남았지만, 누군가는 그곳에서 인생의 귀인을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내가 익숙한 안락함(한인 커뮤니티)을 거부하고 스스로 새로운 세상에 노크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는 거죠.
Eunsil’s Insight
외국 생활의 고립감을 해결해 줄 완벽한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식 서열’이 없는 곳에서 온전히 나로서 대우받고 소통하려 했던 그 노력은, 사람을 사귀는 기술보다 더 값진 ‘홀로서기의 근육’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 외로움과 싸우며 낯선 모임의 문을 두드리고 계신가요? 친구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당신은 지금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뜨겁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