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내가 CEO 방에 불쑥 찾아가도 되는 걸까?”
영국 본사(HQ)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HQ에는 회사의 정점에 있는 CEO가 상주하고 있었죠. 마침 제가 한국에서 일궈낸 성과 중, CEO가 분명 흥미로워할 만한 임팩트 있는 데이터가 있었습니다.
한국적인 정서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내가 누군데 감히?’, ‘너무 잘난 척하는 거 아냐?’ 혹은 ‘비매너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서에게 슬쩍 물어봤습니다. “혹시 CEO가 잠시 비는 시간이 언제인가요?”
긴장된 15분, 존재감을 각인시키다
CEO의 방으로 향하는 전 꽤 긴장되었죠. 이런 방식의 자기 PR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로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으니까요. 하지만 무작정 문을 두드렸습니다.
“안녕, 나는 한국에서 온 Kate야. 네가 관심 있어 할 만한 한국 시장의 성과가 있어서 보여주러 왔어.”
긴장한 탓에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영어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제가 준비한 성과를 당당히 보여주고 가벼운 일상 대화도 섞어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잘난 척이 아니라, 내가 이 회사를 위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가시화(Visibility)하는 과정이었죠. 방을 나올 때 느꼈던 그 뿌듯함은 그 어떤 프로젝트 성공보다 컸습니다.
왜 ‘무모한 인사’가 최고의 출장 성과였을까?
- 직급보다 중요한 건 ‘임팩트’: 글로벌 기업은 직급의 벽이 낮습니다. 중요한 성과가 있다면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할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믿습니다.
- 스스로 만드는 Visibility: 회의실 구석에 앉아 누군가 내 성과를 알아주길 기다리는 건 한국적 미덕일 뿐입니다. CEO에게 직접 나를 브랜딩하는 15분은 수백 장의 보고서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 관계의 시작은 ‘말 걸기’: 술자리가 없어도 관계는 형성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접점은 나중에 제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네트워크 자산이 됩니다.
Kate’s Insight
글로벌 기업에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나를 모를 뿐입니다.
긴장되고 힘들었지만, CEO의 문을 두드렸던 그 순간은 단순한 자기 PR을 넘어 ‘글로벌 프로’로서의 나를 스스로 증명해낸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예의 바른 침묵보다, 용기 있는 ‘난척’이 여러분의 커리어를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