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답을 줬을 뿐인데요”
– 회사에서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억울해지는 순간
한국에 돌아와 사회에서 만난 남자 후배와 술 한잔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썩 좋아 보이지 않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습니다.
같은 팀은 아니지만, 한 여자 후배를 좀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열심히 설명해 줬는데, 그 후배가 울었다는 겁니다.
결국 상사에게 불려가 질책까지 받았고, 그게 너무 억울하다는 거죠.
이야기를 듣자마자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아마 그 남자 후배는 ‘코칭’을 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티칭’이나 ‘훈육’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아보였어요.
1. 남자 후배의 착각
“난 정답을 줬잖아?” (팩트 중심 사고)
그는 정말 억울해 보였습니다.
자기 딴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줬다고 생각했으니까요.
- 그의 논리:
“질문에 대한 답(A)을 줬다. 내 역할은 다 했다.” - 그가 놓친 것:
사람은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분위기를 먼저 받아들입니다.
특히 관계와 맥락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이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
2. 여자 후배가 운 이유
“난 무시당했어.” (비언어적 신호)
아마 남자 후배의 말투나 행동에는
‘바쁨에서 나오는 짜증’이 아주 조금 섞여 있었을 겁니다.
질문하는 입장에서는, 상대가 바빠 보이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축됩니다.
그 상태에서 차가운 반응을 받으면 이런 생각이 들죠.
“내가 이 사람에게 민폐인가?”
“괜히 물어봤나?”자존심 상해!
그 상황을 떠올려 보면, 아마 이런 장면들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 눈을 마주치지 않음: 모니터만 보며 타자를 치면서 설명
- 무의식적인 한숨: “후…” 하고 짧게 내쉬는 숨
- 말꼬리를 자르는 표현들: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요.”
“일단 가져와 보세요.”
여자 후배는 업무 내용을 배운 게 아니라,
“너는 귀찮다”, “너는 부족하다”는 정서적 메시지를 온몸으로 맞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운 거죠.
그래서, 저는 어떤 조언을 했을까요?
사실… 조언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은 제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였거든요.
조언은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해야 효과가 있다고 믿습니다.
언젠가, 본인이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아, 그때 내가 너무 ‘정답’에만 집중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오겠죠.
그때가 되면, 말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