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땐 하고 싶은 말을 참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팀장님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들다 찍히기도 하고, 팀원들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면 같이 싸워주고 그들의 위치를 대변해주곤 했으니까요. 철학과 출신이라 논리적으로 말하려 노력했고, 외모마저 강해 보였으니 상대방은 저를 그리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홍콩에서는 참 조용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누구를 대변한다고요? 제 의견을 말하기도 쉽지 않았으니까요.
영어, 그 벽에 부딪히다
한국에서는 IT 직군으로 분류되던 SEO(검색엔진마케팅)가 외국 글로벌 회사에서는 어엿한 디지털 마케팅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네, 저도 마케팅 직군이 된 거죠. 회사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모든 팀이 모여 월 퍼포먼스를 리뷰하는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저도 마케팅 직군으로서 함께 리뷰를 하게 되었죠.
외국은 한국과 달리 회의 시간에 서로 자기 의견을 열심히 말합니다.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 존재감 없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물론 말이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턴이나 신입이거나, 회의 내용을 따라가지 못해서 조용히 있는 경우죠. 물론 아시아계 직원들은 대체로 조용한 편이고, IT나 개발자들도 말이 좀 없는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질문을 하면 곧잘 대답하죠.
그 외에 마케팅 직군 직원들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도 어떻게든 한마디 하고 나갑니다. 듣다 보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 싶은 얘기도 얼굴에 철판 깔고 열심히 말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영어가, 아니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실력이구나 하고 말이죠.
70%를 이해하지 못한 회의
그 회의 시간에 저는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일단 회의에서 논의하는 내용의 70%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물론, 제 업무가 아닌 이야기를 할 때는 이해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부서의 업무도 잘 모르는데 그들의 매출이 왜 오르고 떨어졌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면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제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할 때 말을 못 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였습니다. 제 매니저가 함께 있어 대부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지만, 저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거든요. 하고 싶은 말을 문법적으로 구성하고 ‘이렇게 얘기해야지’ 하다가 결국 회의가 끝나버렸습니다. 참 답답하고 아쉽고, 한심했던 회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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