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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제일 싫었다

제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해외 유학이나 생활 경험 없이, 개인적인 여행이나 몇 차례의 회사 출장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래도 꾸준히 학원에 다니며 영어 공부를 했고, 비즈니스 영어 정도는 할 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 외적인 대화가 많습니다. 동료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대화를 하게 되죠. 특히 매일 찾아오는 점심시간이 제게는 점점 곤욕스러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화장품, 옷, 스포츠, 자동차 같은 취미 활동은 물론, 제가 전혀 모르는 경제나 주식, 투자에 대한 내용까지 아주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럴 때면 정말 밥맛이 뚝 떨어졌습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죠.

대충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구나’ 하며 사람들이 웃으면 멋쩍게 함께 웃거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주변 동료에게 묻곤 했습니다. 하지만 묻는 것도 한두 번이지… 동료들도 저의 불편함을 눈치챘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끼리만 이야기를 하고 저에게 질문을 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무심함을 느낄 때면 참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당시의 제 실력이었기에, 부족한 저를 감출 수밖에 없었죠. 누군가는 점심시간이 제일 좋다고 하던데, 저는 점심시간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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