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회사 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
점심시간.
회사인이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시간이죠.
이 시간이 되면 팀끼리, 그룹원끼리 우르르 몰려 나가 식사를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근무할 때는 동료 대부분이 남자였던 터라 점심 메뉴도 늘 비슷했습니다.
순대국, 동태탕, 김치찌개.
가끔 약속이 있을 때만 양식이 등장했죠.
점심시간은 또 개인적인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팀과 함께, 누군가는 따로 자신의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거나, 책상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은 사실 그리 흔하지 않죠.
외국계 회사의 점심 풍경은 조금 다르다
외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차이 중 하나는 팬트리(pantry)의 존재였습니다.
단순히 커피를 타는 작은 공간이 아니라, 빵, 커피, 우유, 쥬스, 과일, 과자, 각종 음료가 항상 준비되어 있고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넓은 공간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무실마다 색깔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호주 사무실에는 아보카도가 늘 있었고, 태국 사무실에는 망고가 있어 꽤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공간에서는 작은 행사도 자주 열리고, 게임기나 탁구대 같은 시설도 갖춰져 있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집니다.
혼자 먹는 점심이 이상하지 않은 곳
점심시간이 되면 팬트리에서 각자 싸 온 도시락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을 곁들여 먹는 직원들을 꽤 자주 보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혼자 점심을 먹으면 괜히 왕따처럼 보일까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어떤 날은 단체로 식사하던 팀이 혼자 먹고 있는 직원을 불러 “같이 먹자”고 자연스럽게 합류시키기도 합니다.
(이건 홍콩에서의 경험이었고, 유럽은 좀 더 개인적인 문화라 혼자 먹거나 책상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되기까지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저도 어느 순간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먹고 싶은 걸 고르고,
제 속도에 맞춰 식사를 합니다.
이제는 혼자 씩씩하게 밥을 잘 먹는 제 모습이 조금은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점심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회사가 개인을 어떻게 존중하는지가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