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두 얼굴, 설렘과 두려움
홍콩의 5월, 그 후텁지근한 날씨와 엄청난 폭우에 호텔 근처를 돌아다닐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배로 부친 짐은 2개월 뒤에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당장 필요한 물건이라도 사러 마트에 가야 하는데, 회사에서 마련해준 호텔에 꼼짝없이 이틀이나 갇혀 멍하니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이 막연히 잘될 거라,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면서 말이죠.
한국에서는 매서운 눈빛과 호랑이 같은 심장을 가졌다고 자부했었는데, 홍콩에 오고 나니 저는 자존심만 센 작은 고양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늘 어려운 상황과 위기 속에서 꿋꿋이 버텨온 저 자신을 믿으며, 이 두렵지만 설렘 가득한 첫 해외 도전기에 오직 성공만이 있을 거라 자기 최면을 걸었습니다.
글로벌 팀의 첫 한국인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 세계인이 알게 된 계기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부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소녀시대, 원더걸스 같은 걸그룹들과 빅뱅, BTS 같은 아이돌 그룹들이 크게 성공하면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형성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첫 출근 날부터, 회사에 처음으로 입사한 한국인인 저에게 직원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고, 한마디라도 말을 걸어주려 했습니다. 비인기 국가 출신들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이때만큼은 ‘한국인이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