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목소리인데, 고개를 돌려보니 여자들만 앉아 있는 테이블이었어요.”
미국 워크숍 현장,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열띤 토론을 듣던 중이었습니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질문의 주인공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제 눈에 보이는 건 여성 동료들 뿐이었죠.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질문자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며 살아가는 트랜스젠더였다는 사실을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성별은 늘 ‘남성’ 아니면 ‘여성’이라는 명확한 이분법적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 특히 미국 기반의 회사에서는 생물학적 성(Sex)보다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정체성인 젠더(Gender)에 대한 존중이 공기처럼 당연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정체성은 ‘점’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다
회사에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당당히 커밍아웃을 했고,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동성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했죠.
어느 날 한 지인이 ‘젠더 스펙트럼(Gender Spectrum)’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성별은 양 끝단에 남과 여가 고정된 점이 아니라, 그 사이를 무수히 잇는 스펙트럼이라는 것이었죠. 누군가는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물기도 하고, 누군가는 한쪽 끝에 더 가깝기도 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녀의 의견일 뿐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긴 한 것 같습니다.
이질감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동료’
솔직히 처음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혹시 말 실수라도 할까 봐 말을 아끼기도 했죠. 그런데요 저와 다른 게 없더군요.
그들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업무를 대하는 프로페셔널함과 따뜻한 인간미는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질감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똑같은 ‘인간’으로서의 대화였고, 함께 프로젝트를 완수해 나가는 ‘동료’라는 이름이었습니다.
Kateko’s Insight
다양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참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세계관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죠.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섞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폭넓은 지식을 얻게 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도 덕분에 시야가 넓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 여러분이 마주한 동료의 모습 뒤에, 얼마나 깊고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본 적 있으신가요?
글로벌 기업의 핵심 가치인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를 이론이 아닌 생생한 경험으로 풀